L412's PROJECT/2017 <서울 밖의 삶 탐구하기>

[두 번째] 진주, 청년과 초록을 이야기하는 '코부기' 유지황 대표

란문이 2018. 1. 10. 21:17


서울 밖의 삶 탐구

[두 번째] - 진주, 청년과 초록을 이야기하는 '코부기' 유지황 대표 인터뷰

 

  1. 취재 동기 - 영화 '파밍 보이즈'

  2. 청년 농부를 꿈꾸다 - Pay it Back ! 

  3. '코부기 프로젝트'

  4. 진주에서의 삶(농촌의 특수성 그리고 지원정책에 대한 생각)

  5. 서울 밖의 삶에 대하여...

 

1.     취재 동기 – 영화 ‘파밍 보이즈

 

무일푼 농업 세계일주 이야기를 다룬 영화 '파밍보이즈'의 세 주인공 중 한 명인 유지황 대표는 

L412에서 감성쟁이를 맡고 있는 풀문(=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 추천한 인물입니다. 

 

우연히 알게 된 '파밍보이즈'라는 영화를 체리문과 함께 보게 되고, 나무문도 나중에 따로 보게 되었던 매력덩어리 영화입니다. 

실제로 저희 셋은 초록 식물들을 너무 좋아하고, 초록의 존재들이 주는 위안에 많은 가치를 두는데요. 

'무일푼', ‘농업’, ‘세계일주’라는 단어들을 듣고 영화 예고편을 보고서 마음이 무척 동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희가 봤던 때는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세 주인공과(권두현, 김하석, 유지황 님) 상영 후 대화를 할 수 있었던 GV(Guest Visit)였는데요. 

오랜만에 저희는 함께 영화도 보고 세 분들의 실제 이야기도 들어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곤 영화관 앞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먹으면서 체리문과 저는 

그 당시 새로 시작하고 있었던 ‘서울 밖의 삶 탐구 프로젝트’ 인터뷰이로 이 분들을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하며 인터뷰 섭외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연락이 오가고, 드디어 진주로 향하게 된 우리들이 느꼈던 것은 

서로의 고민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나누고, 조금씩 시도하고 이루면서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겠다는 조그만 씨앗 같은 감정이었습니다.


영화와 함께 같은 이름의 책도 발간이 되었는데, 

유지황 대표의 고향인 통영에 있는 서점 및 출판사 ‘남해의 봄날’에서 발간된 책이라 

평소 이 곳을 좋아하는 저희로서는 책을 냉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책 표지 사진을 클릭하시면 책 구매 및 상세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coopFFF

https://blog.naver.com/coop_bs


상단의 링크는 '파밍보이즈 - 비상식량 프로젝트'와 유지황 대표의 근황을 살필 수 있는 주소입니다.




 

2.     청년 농부를 꿈꾸다 – Pay it Back !

 

'코부기'의 유지황 대표를 드디어 만나게 된 건 9월의 어느날 오후였습니다.

 

청년 농업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바로 농사를 시작하려고 했던 유 대표는 

농촌에 연고가 없고 금전적인 기반이 없는 사람에게는 농사를 시작하는 것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오자마자 농사 시작하려고 1년동안 알아봤는데

학자금 대출이 있는 제가 뭔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더라고요.

대출도 불가능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희가 생각했던 모습보다 훨씬 더 고민과 애정이 많은 청년 농업 경영가가 저희 앞에 앉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제가 영화와 책에서 봤던 그의 생각들이 여러 갈래의 건실한 고민으로 다가왔습니다. 


저희는 아직 귀농이나 서울이 아닌 곳에서의 삶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깊게 생각해 본 단계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저희 같이 젊은 사람들이 시골에 가면 되게 반겨주시거나 지원받을 수 있는 게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런 기반이나 연고가 없는 상태에서 금전적인 여유도 없이 시골에 가서 사는 건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술이랑 사람들과 소통하는 건 자신 있고 해결할 수 있는데,

금전적인 부분은 현실적으로 안 되잖아요.

돈을 벌어서 (시골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40대는 되어야 하는데,

그럼 이제 청년이 아니게 되는 거예요.


자취방 보증금으로 집을 지으면 

주거 문제는 해결이 되니까 먼저 집을 짓게 된 거죠.

이동식으로 지은 큰 이유는 

땅에서 쫓겨나도 이동하면 되기 때문이에요.

짓기 전에는 사람들이 믿지 못하지만 

짓고 나면 달라지거든요.


그가 꿈꾸었던 농사를 시작하기전에 부딪혔던 수 많은 어려움과

이동식 목조주택 ‘코부기’를 지으면서 고민했던 그의 시간들이 무척이나 진중하게 다가왔습니다. 


청년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리고 싶다는 그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많기에 모임을 만들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저희 셋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같은 고민과 희망을 이야기하며, L412를 시작하고 이어나가면서

혼자서는 하지 못했을 여러 생각과 꿈을 꿀 수 있게되었기 때문에 그의 말에 깊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다가 나무문은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이런 일에 지원을 좀 받아볼 법 하겠다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 말에 유지황 대표는 농촌과 지자체에 대해서 고민을 조금만 해본다면 코부기가 주거와 토지의 해결방안이라는 걸 알게 될 거라고, 

그런데 그게 좀 어렵고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의심이나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라는 걸 이야기하는 느낌이 더 크다는 말과 함께 

민간 차원에서 해보는 거라는 말에 저희는 씁쓸한 표정을 감출 수 없기도 했습니다. 


정책이 현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갭이 자꾸 생기는 거죠.

우리는 일본의 청년농부 지원정책을 벤치마킹 했는데

지금 우리의 정책과 일본의 정책은 달라요.


일본의 경우에는 그냥 매년 1500만원씩 

농촌에 살면 조건 없이 돈을 줘요.

그게 얼마나 의식이 높은 일인지...

한국은 아무리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아요.


                                 


3.     '코부기 프로젝트


 제가 지금 청년 농부들의 주거와 토지 문제를 해결하는 걸 준비하고 있잖아요. 

그런 모델 중에 청년 공동체도 있어요. 

코부기라는 집을 여러 채 올려서 문화 공간도 만들고 문화 기획도 하고. 

어떤 친구는 농사를 짓고……, 

마을이기는 하나 저는 기존의 것을 따라가면 안되고 

그럴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이미 형성된 마을에 들어가서 사는 게 맞을까? 

새롭게 형성하는 게 맞을까? 했을 때 

저는 새롭게 형성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함께할 수 있는 게 훨씬 낫지요.



나무문은 ‘코부기 1호’를 실제로 보기 전에는 

'이동식이니까 화장실에도 물을 길어서 써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물은 그렇다 쳐도 전기 정도는 있을 수도 있겠다 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생각보다 좋고 이 정도면 살 만 하겠다. 

제 자취방보다 더 좋다'고 생각했다는 나무문의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됐어요.




- 코부기 1호 외부 -



- 코부기 1호 내부에서, L412 멤버들 그리고 유지황 대표와 화유미 작가 -


저는 집을 짓는다는 게 상상도 안 되는데 그 과정들을 블로그에서도 보고 실제로 집에 들어가 보니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그저 '집'이 아니라 이 집이 하나 하나 모여 더 큰 목표와 가치를 지향한다는 것이 대단했어요. 


제가 마을을 새로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농지가 2~3천 평 있으면 

그 농지 중에 일부분을 대지로 변경해서 코부기를 올려 놓고 

그 안에서 농장 전체를 디자인해서 밭도 있고 

비자가 와서 쉴 수 있는 공간도 있는 형태로 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죠.


그리고 대부분 마을이 형성될 때 한국은 농지에 마을을 형성하는데, 

유럽의 경우에는 농장 하나에 집 하나 이렇다는거죠.

그들에게는 개인의 삶과 가족이 중요한 건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나가는 사람마다 이래저래 잔소리를 해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것들에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잖아요. 

제 그게 바뀌어야 하는 거죠. 


그렇게 이제 우리는 한국에서 좋은 것들을 해보려고 하는 거죠. 

저희 세대는 개인주의가 발달된 세대잖아요. 

우리는 개인주의와 존중이 먼저, 그 다음이 협업. 

이런 사례를 만들어보고 싶은 거에요.


농사는 부지런함과 자연재해 이런 것들을 일 순위라고 치면, 

건축은 공부도 해야 하고 부지런함에 센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농사보다 건축이 더 어려운 것 같다는 그의 말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온 그의 여러 수많은 과정들이 녹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봐야 하죠. 코부기를 지었던 것처럼, 

파밍보이즈를 찍었던 것처럼…

농업에 대한 인식이나 농부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바뀔 수 있는 거죠.

한국에도 그런 친구들이 생기고 작은 청년 공동체가 생기고... 

그런 것들을 이루고 싶어요.

 

농촌에 청년이 들어가서 사는 것만해도 

한국을 위해서 많은 걸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실패의 과정들이 필요해요. 

거기에는 많은 사람들의 지지나 생각이 같이 들어가야 하는 거죠. 


좀 도와주세요. 

왜냐면 우리가 살 터전을 만드는 거잖아요.







4.     진주에서의 삶(농촌의 특수성 그리고 지원정책에 대한 생각) 

 

경남 통영이 고향이지만 진주에서 대학을 다녀서 자연스레 진주에서 터를 잡게 되었다는 유지황 대표는

진주와 다른 지역들을 예로 들며 각 지역이 가지고 있는 환경과 인프라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진주에는 청년 문화가 없어요.

진주 청년 인구가 15%, 대학교가 8개나 있는데 

젊은이들을 위한 게 아무 것도 없죠.

그래서 학교 다닐 때 다 떠나갈 생각만 하는 거죠. 

이게 제가 대학 다니는 12년 동안 본 거에요.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지역마다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아요.

예를 들면 진주는 주변이 다 농촌이에요. 

사천, 합천 등등까지 보면 바다랑도 가깝고...

바다도 산도 있고, 산청에는 지리산도 있어요. 

그런데 잘 활용되지 못하는 게 안타깝죠.


이 부분에서 저는 모든 것이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흘러가고 생각하게 되는 제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서울이 아니면, 경기도가 아니면, 또 부산이 아니면.... 

도시에서의 일이 아니면 별로 중요하지 않게 대단치 않게 여겨지는 많은 것들이 

어쩌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한 축을 간과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도시에서는 기획자(생산자)가 있는데, 

농촌에서는 기획자가 소비를 하잖아요?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는 것이 농촌의 특수성이에요. 

그래서 저는 더 가능성이 많고 재밌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도시는 이미 포화상태고... 

재미있을 것 같지만, 재미 없기도 하잖아요?


또한 한국 사회에서 도시가 아니면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들을 이 분은 알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이리 저리 부딪혀왔구나 하는 생각에 저희들이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시간들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자신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속한 공동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냐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과 그 삶 속에서 

‘한국이라는 공동체에 좋은 작용을 하느냐’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에 미래를 고민하는 건 저희 세대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100세 시대인데 살 만하게 만들어놔야죠. 

그게 아니면 해외로 도망가야 하잖아요. 

해외에 오래 있다 보니까 그건 별로고 저는 한국이 좋더라구요.

사명감을 가지고 해외 나가서 뭘 하겠다 이런 게 아니면 집이 좋죠. 


10년 후면 농장이 사라진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유는 인구가 없어서예요. 

지금 농촌 인구 구성을 보면 노년층이 대부분이고, 

인구가 줄면 행정 구역이 필요가 없어지거든요. 


나중에는 더욱 그런 일들이 많아질 거에요. 일본이 지금 그렇잖아요. 

기성 세대들은 체감하지 못하죠. 당사자가 아니다 보니까. 

국회의원 연령별 구성을 봐도 2-30대가 극소수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청년들이 살기 힘든 데는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면 우리가 해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해야 할 이야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이 시간들이 

더 많이 더 자주 생겨나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5.     서울 밖의 삶에 대하여


서울 밖의 삶에 대해서 저는 L412의 다른 멤버들(체리문, 나무문)보다 관심이 확연히 적은 편이었는데, 

최근 5년 정도 이외에는 항상 서울 밖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흥미가 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농업 세계일주 경험이 있는 유지황 대표의 '여러 나라를 가봤지만 한국이 제일 좋다'는 말에 동의할 수는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아직 제가 보지 못한 세상에 대해서 호기심을 멈출 수 없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범위는 다소 다르지만 우리 멤버들을 모두 같이 서울 밖의 삶을 생각하고 꿈꾸는 우리들으로 묶을 수 있다면, 

다른 낯선 곳일지라도 서로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조금씩 전진해 나가는 모습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거랑 돈을 버는 거랑 자꾸 구분이 되는 거에요. 이게 합쳐지면 나도 괴롭고....

그런데 저희 기반을 살려서 뭔가 해보려고 하는 거죠. 아직 뭐가 맞을까 간 보는 단계에요."라는 체리문의 말에,


"계속 그렇게 하다보면 진짜로 하게 돼요. 파밍 보이즈도 그렇게 시작된거고..."

라던 유 대표의 말이 가슴 속에 오래도록 남던 그런 날이었습니다.




by 풀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