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412's PROJECT/2017 <서울 밖의 삶 탐구하기>

[세 번째] 속초, 책이 있는 완벽한 날들, 최윤복 대표

란문이 2018. 2. 13. 00:00


<서울 밖의 삶 탐구하기> 세 번째, 속초, 책이 있는 완벽한 날들, 최윤복 대표   


1. 다시 속초로 돌아온 까닭

2.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는 것

3. 책방지기의 고민

4. 문화로 모이기 

5. 고집을 부릴 일과 그렇지 않을 일





어느 가을날 저녁, 

L412 셋은 어디로 모인 걸까요? 





헨젤과 그레텔 속 과자 집을 연상케 하는 부드러운 곡선의 신비로운 빛을 내는 저곳!

속초에 있는 책방 겸 게스트하우스, 완벽한 날들입니다. 


L412에서 아무 말과 산만함을 담당하고 있는 체리문이 지인의 소개로 처음 방문한 후, 

서울 밖의 삶을 탐구하기로 한 L412의 인터뷰 장소로 소개했어요. 





아름다운 속초에서 작은 서점과 게스트하우스라니!! 

깨끗하고 정갈한 '문화 공간'을 운영하는 생활은 어떤지 여쭙고 배우고 싶었으니까요. 


체리문, 나무문, 풀문이 각자의 일정따라 도착해 하룻밤을 자고,

뜨는 해를 모닝커피 대신 맞이한 뒤에야 아침의 인터뷰가 시작되었습니다. 












ㅇ '완벽한 날들'은 강원도 속초시에 위치한 서점 겸 게스트하우스입니다. 

    책이 있는 쉼, 책을 중심으로 한 문화공간을 지향합니다. 

    속초시외버스터미널 뒷편에 위치해있습니다.

ㅇ  강원도 속초시 수복로259번길 7,  10am - 9pm,  화요일 쉼        

ㅇ  홈페이지: https://blog.naver.com/perfectdays_sokcho

       인스타그램: @perfectdays_sokcho 



다시 속초로 돌아온 까닭


속초 출신의 사장님은 대학진학과 함께 속초를 떠나 직장생활을 하던 중, 3년 전 가족과 함께 다시 고향에 내려오셨습니다.

수도권 생활에 불만과 피로가 쌓여 부모님의 제안으로 이주를 결심했는데, 부모님의 일은 잠깐만 도와드리다가 곧 그만두셨습니다. 


사장님은 이전부터 작은 문화공간 운영에 관심이 있으셨다고 합니다. 

지금도 완벽한 날들에서는 월 1회 이상, 작가들과의 대화, 작은 공연, 전시회, 영화상영회를 열고 있습니다. 문화행사 <완벽한 산책> 둘러보기



수도권에서는 높은 권리금 때문에 꿈을 이루기 어려웠지만,

속초로 돌아온 뒤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완벽한날들 오픈을 준비하게 되셨습니다. 


다른 지역도 후보지에 오르긴 했습니다. 

하지만 산과 호수, 바다가 어우러진 속초의 자연환경과 

어느 곳이든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는 이점 등에 의해 속초로 오기로 결정하셨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는 것


대화를 나누던 중, 사장님이 웃으며 공감해주신 키워드는 

"여기 이런 게 왜 있지?" 소리가 절로 나오는 공간을 꾸리고 싶다는 우리의 바람이었습니다.

철부지 같은 사업 아이템만 뭉게뭉게 불려 나가던 L412에게 그래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여기 이런 게 왜 있지?" 소리가 나올만한 참신하고, 멋지고, 특별한 걸 해보고 싶다는 것!


속초 완벽한 날들도, 처음에 시외버스터미널 뒤 샛길이나 다름없는 곳에 서점을 만들겠다고 할 때 모든 사람이 같은 말을 하셨다고 해요. 


여기에 이런 걸 왜 하냐!!



사진 출처 : 완벽한 날들 블로그



완벽한 날들이 위치한 곳은, 시외버스터미널의 버스주차공간 뒤 버려진 주점 건물 뒤편입니다.  

(* 위치 참고 : https://blog.naver.com/perfectdays_sokcho/221021481170)


뒷편의 뒷편이라니! 


속초 출신인 사장님 조차 한 번도 와보지 않은 곳에서 손님이 찾아와야 하는 가게를, 그것도 책방을 낸다니!

대부분 자영업으로 생계를 꾸리는 속초사람들은 이 도무지 답 안나오는 계획에 응원보다 걱정을 보태기 바빴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할 거면 차라리 그것만 하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냥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라 책방, 아니 문화공간을 꾸려보고 싶다는 사장님의 오랜 바람, 

결심의 시작을 거스를 순 없었습니다. 





책방지기의 고민 



완벽한 날들은 2017년 개업한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공간입니다. 

때문에, 책방도 문화행사도 완벽한 날들에 맞는 방법들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에 있는 듯했어요. 


체리문의 첫 방문이었던 5월에 비해, 빽빽해진 책장과 눈에 띄게 늘어난 그림책은 책방의 고민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버스 출발 전 가볍게 들른 손님들이 사갈 수 있는 책,

카페 손님들도 손쉽게 들어볼 수 있는 책,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오래도록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민하다 그림책을 수집하듯 들여놓으시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오히려 줄여보는 중이라고 하십니다. 


종수를 줄이고 권수를 늘려서 책방의 보유 서적 목록을 종종 바꾸는 것이, 설령 책방 운영상 손해를 보는 선택이 될지라도 

더 많은 손님이 사장님의 큐레이션을 진득하게 보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시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에 놓인, 

같은 출판사의 책들로 꾸민 곳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같은 높이로 디자인된 책이 나란히 꽂혀있어 자연스레 이목이 끌렸고, 

찬찬히 읽다 보니 제목만으로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앞으로 완벽한날들을 방문하게 될 사람들도, 

마음에 드는 책 표지 한 권씩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체리문이 고른 책. 순이와 어린 동생



문화로 모이기 


저희가 도착한 금요일 밤에도, 완벽한 날들에서는 다큐멘터리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일이십 명의 사람들이 온기로 가득 찼던 서점을 빠져나가는 장면부터 저희는 목격할 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월 1회 이상, 작가와의 대화나 작은 공연, 워크숍 등을 기획하고 계십니다. 


- 문화예술과 관련한 수요가 거의 없다는 점

- 속초사람들은 대부분 자영업자라 시간을 내기 힘들다는 점

- 젊은 사람이 없다는 점

- 행사를 하고 난 뒤, 참여작가에게 합당한 보수를 드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가 어렵다는 점 등등 


쉽지 않은 일이 많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어떻게든 사람들이 모이고 있고, 또 대부분 속초분이라고 하십니다. 


현재로서는 외부의 지원 없이 완벽한 날들의 예산으로만 행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중 완벽한 날들을 영리 공간이라고 자칭하신 적이 있습니다. 


지역의 영리 공간에서, 영리 공간의 형식을 유지하면서, 문화행사를 계속 여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묻지 못한 질문이 마음에 맴돕니다. 

 

만약에 저희가 곧 서울이 아닌 곳으로 내려가 무언가를 하게 된다면, 

디선가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다면 저희는 그때 무엇을 하게 될까요? 누구를 대상으로 할까요? 실제 지역의 상황은 어떨까요? 


서울의 풍부한 문화 인프라 그 한 가운데서 지내던 저희는 아무래도 서울이 아닌 곳의 수요와 현실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Greenery처럼 지역과 관계없는 세계적인 트렌드를 타거나, 서울-비서울의 경계가 무의미한 고유한 아이템을 개발한다고 해도, 

그것을 실제로 지역에서 풀어내는 일은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 확실합니다.


저희가 앞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면 좋을 일의 힌트를 얻어가고 있습니다. 



고집을 부릴 일과 그렇지 않을 일


3층 테라스에서 먹은 아침 밥상. 게스트하우스에 마련되어 있다.



인터뷰를 하며 가장 감사했던 점은, 사실상 낯선 이나 다름없는 저희에게 생생한 조언들을 가감 없이 들려주셨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서, 


" 여기에 이게 왜 있지?!!하는 힙한거 만들자, 예에ㅔㅔㅔ!!!! 까지는 좋으나, 

기왕 그것을 하기로 결정했다면(ex.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가 굴러가기 위한 장사의 기술(ex.방이 많아야 만실 때 번 것으로 오래 버틸 수 있다) 까지 무시할 필요는 없다."처럼


고집을 부리고, 후회 근처에서 맴돌아본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말들을, 

대책없는 저희에게 속 시원히 들려주셨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찾아올 수는 있는 곳에서 무언가를 시작할 거죠?" 같은 진심 어린 질문도 해주셨고요. 


덕분에 저희는 질문만으로도 현실감을 깨닫게 해주는 멋진 선배님을 모신 기분이었습니다. 


" 내가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것이, 항상 돈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좋아하는 걸 하면 그런 불안과 행복이 동시에 간다."  





맞아요. 그럴거예요. 


시작도 하지 않은 저희 셋은

아직 대부분 좋은 일 밖에는 상상하지 않지만, 

고정적으로 벌 수 없어 내가 좋아하는 일도 꾸준히 못 할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드는 순간이 

언젠가는 오지 왜 안 오겠어요. 


그럼 그때 저희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행복과 월급을 포기한 불안을 어떻게 평화롭게 상쇄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과연 그걸 해결할만한 장사의 기술을 터득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건 아무도 모르겠지요. 


일출을 보러 간 여행 이튿날 아침, 

의자를 찾겠다며 자리를 옮기다가 

정작 해가 뜨는 장면은 홀랑 놓친 것처럼

바보 같은 결정을 하는 날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래도 자꾸만

분명 즐거울 거란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맛있는 거 먹고, 좋은 음악 듣고, 같이 수다 떨고 놀다 보면 

안될 일도 잘될 것 같은 이 마음!


왜일까요? 

왜? 왜!!


답이 안 나오니 안 되겠어요 

또 놀러 가는 수 밖에!






체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