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412's PROJECT/2017 <서울 밖의 삶 탐구하기>

[첫 번째] 진주, 여행하며 글 쓰는 석류 작가

란문이 2017. 12. 26. 00:22


<서울 밖의 삶 탐구하기> 첫번째, 진주에 사는 석류 작가

1. 취재 동기

2. 여행하며 글 쓰는 사람

3. 진주에서의 삶

4. 서울 vs. 진주

5. 서울을 떠나겠다는 사람을 위한 조언




취재 동기


L412에서 빠릿빠릿함을 맡고 있는 나무문(=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 추천한 인물입니다.


2016 일본 오사카에 여행을 갔는데 마침 한국에선 티켓을 구하기 어려운 쇼팽 콩쿨 수상자 갈라쇼가 있었습니다.

그 공연장에서 석류 작가를 만났어요.

공연장에서 딱 한 번 만나 잠시 얘기 나눴을 뿐인데 그 이후에도 공연 소식이나 앨범 발매 소식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에 살지 않는 사람을 한 명씩 추천해보자고 했을 때 석류 작가가 바로 떠 올랐답니다.

진주에 살지만, 서울에 꽤 자주 오는 것 같았고 그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L412 멤버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하는 고민을 나눠봐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행하며 글 쓰는 사람


그렇게 알게 된 류 언니를 9월 8일, 몹시 덥지는 않은 여름날에 진주에서 만났습니다.

진주에 대한 첫인상은 '한적하다', 그리고 날이 유독 좋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해가 참 잘 드는 곳이다' 였어요.

체리문은 평평한 곳인 것 같다고 얘기하기도 했어요.


인터뷰는 작가가 글을 쓰러 자주 가는 카페 '봉봉'에서 진행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어. 그냥 쓰고 있으면 재밌고 뿌듯해서 계속 쓰게 되더라고.

그리고 내가 읽고 싶은 글은 남이 써주지 않기 때문에 내가 쓰게 된 것도 있고.

'내 마음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내가 써야지' 이런 생각으로 쓰기 시작한 거지."


석류 작가는 에세이집 <너라는 계절>을 썼고, 

자신을 삶을 여행하며 여러 모습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합니다.

지금은 <서점원이 사랑한 도시>를 연재하며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홍콩에 있다가 서울에 왔다가 다시 진주로, 또 라오스로 일본으로. 여기저기 여행 다닌 흔적을 확인할 수 있어요.

브런치에 가면 그녀의 글을 읽을 수 있답니다. 





진주에서의 삶


인터뷰를 하기 전에 저는 막연히 생각했어요. '어차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계속 여행을 하니까 굳이 서울에 살 이유가 없지 않을까?'

그리고 석류 작가에게 물었을 때 이런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지금 하는 것은 글을 쓰는 것이니까 장소가 딱히 중요하지는 않거든." 


체리문은 류 언니를 처음 봤지만 진주에 있는 게 되게 편해 보인다고 얘기했습니다.

진주에 살아서 좋은 점에 대해 물었을 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 있으니까 있는 그런 느낌이 있어. 워낙 자주 돌아다니니까 공간 자체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는 같아.

어디에 있어도 언제 어떻게 내가 머물다 떠날지 모르는 거다. 이런 생각. 그런데 조용하고 한적하고. 복잡한 느낌이 없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렇지만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아 진주에 살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포기라기보다 아쉬운 점은 내가 영화 보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여기는 체인 영화관이 있기는 하지만 정말 모든 영화관에서 비슷한 영화만 상영해.

소규모 영화 이런 걸 많이 안 하지.

서울만 가도 아트하우스나 모모, 상상마당 이런 게 많은데,

여기는 그렇지가 않으니까 못 만나고 지나치는 영화가 많아서 아쉬울 때가 많지."


이어서 궁금한 것이 있어 배워보고 싶은 게 생기면 서울은 할 수 있는 게 많지만 서울이 아닌 곳은 아무래도 그렇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대도시의 경우에는 내가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런 사람들이 (모임같이) 뭉칠 수 있지.

그게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차이점이 아닌가 싶어."


저도 서울을 떠날 것을 생각했을 때 가장 걱정하고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공연이나 전시처럼 서울에서라면 언제든지 보고, 누릴 수 있는 것을 서울이 아닌 곳에서는 당연하게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요.

진주에 사는 류 작가도 그런 점이 아쉽다고 얘기했습니다. 


작은 모임이나 공연이라면 우리가 가서 사부작사부작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가도

빌리 엘리어트를 못 본다니! 국립극단 공연을 못 본다니!

보려면 큰마음 먹고 3시간을 달려 서울에 와야 한다니!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서울 vs. 진주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서울과 우리가 인터뷰 가는 곳을 비교할 지표 같은 것이 있을까 생각했어요.

'음식'의 값을 비교하면 어떨까 얘기가 나왔지만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보면

먹는 것은 어느 곳이나 가격이 다 비슷한 것 같아 다녀보면서 생각해보자고 제쳐두고 있었거든요.

류 언니와 얘기하다가 정말 확실한 지표를 발견했어요. 바로 방값! 

대학가, 비슷한 조건의 방의 가격을 비교하는 것만큼 확실하게 물가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인터뷰에서 여러 지역을 다니게 된다면, 온라인에서도 가능하니 꼭 비교해보자고 저희끼리 얘기했답니다.





서울에 살던 사람이 다짜고짜 진주로 내려오겠다고 한다면?


사실 저희(특히 체리문과 나무문)는 서울이 아닌 곳에 살고 싶은 마음은 정말 크지만

일단 내려가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 구체적으로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지는 계속 고민해보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렇지만 계속 고민만 한다고 해서 뾰족한 어떤 수(혹은 어떤 돈) 나올 것 같지 않기에 

결국은 무조건 내려가 봐야 그다음 일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석류 작가에게 물었습니다.


저희 같은 사람들이 대책 없이 진주로 내려와 살겠다고 하면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온다고 하면 우선은 완전히 내려오지 말고 살아보고 결정하라고 얘기하고 싶어.

아무래도 환경이 많이 다르니까 생각했던 것과 다른 많을 거야.

서울에서는 당연했던 여기서는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을 거고."


당연히 서울의 삶과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서울과 부산, 서울과 진주를 비교해볼 수 있었던 사람에게 직접 얘기를 들으니

정말 쉽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오사카에서의 우연한 만남이 인연이 되어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게 됐네요.

인터뷰한 석류 작가도, 그리고 저희도 계속해서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가게 되겠지요.

앞으로도 서로 소식 나누고, 응원하며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하기 전에는 서울에 살지 않으면 좋은 점보다 좋지 않은 점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서울에 살지 않으면 당연히 불편한 것이 있을 것이고, 당연히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라고요.

첫 인터뷰를 하고 나서 그건 가 평생을 서울에서 살았기 때문에 가지는 이상한 편견임을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이렇게 취재를 하나둘 해나가면서 서울이 아닌 곳의 매력을 더 많이 알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나무문.